드림

사랑 [카무토요]

랄릴루 2021. 9. 30. 13:11

사랑인가?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카무이는 제 앞에서 첫사랑이라도 하는 거냐는 단원의 말에 그런 의문을 지었다.
그에게 눈길이 간 것은 맞다.
제 어머니와 닮은 얼굴로, 삶에 아무 의욕도 없는 눈으로 살아가는 그의 태도가,
그리고 그 속에 보여지는 희미한 그리움과 후회와 열망이 눈길을 끌며 흥미를 이끈 것은 분명 제 안의 막지 못할 욕망 때문일 것이다.
그의 목을 손에 움켜쥐어도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고, 그에게서 풍기는 묘연한 동백꽃 향이 제 코를 간질였다.
어느 순간부터 절망만이 가득 차있는 것만 같은 그를, 제 손안에 두고 절망하며 슬퍼하는 걸 보고 싶었다.
이 감정이, 이 욕망이 분명 사랑은 아닐 것이다.
그의 절망만을 가지고 싶었다.
그에게 제 곁을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게 가둔 채 온갖 진귀한 비단과 보석들을 쥐여주고서 제 아이를 가지게 하고, 그리고, ...
제가 어떻게 하여도 그의 웃는 얼굴만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그의 모든 감정을 제가 가지고 싶었다.
그가 제 곁에서 절망하고 제 곁에서 모든 생을 함께 하며 끝을 보냈으면 했다.
그러니 이 감정은 분명, 사랑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