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청명우연]
너다.
다른 말 할 것도, 오해할 것도 없이 저 사람은 너였다.
푸른빛의 머리칼, 녹색의 눈동자.
생김새가 기억과 다르기는 해도, 틀림없이 너다.
너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내 심장이 끝도 없이 두근대며 너라고 외쳤다.
헷갈릴 수 없는 너를 향한 사랑이.
지나간 시간에 묻어둔 줄만 알았던 설렘이.
어찌할 새도 없이 깊은 못에 빠지듯이 나를 덮친다.
긴 시간이었다.
어쩌면 너는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함께 했던 기억을 전부 잃고서, 우리가 약속했던 노을이 지는 그곳에서, 계속.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너를 사랑했다.
어쩌면 목숨이 다해 모든 것이 자연으로 돌아갈 때까지도 너를 사랑할지 모른다.
나의 봄날, 나의 녹음.
앞으로도 영원할 나의 사랑이여.
매화는 화려하게 피었다가도 질 테지만, 너를 향한 사랑은 분명 그 모든 매화가 사라져버리는 날까지도 영원할 것이다.
언젠가의 네가 말했던 것처럼 우린 운명일지도 몰랐다.
기억이 없이도 우리는 이어져 만났을 것이고, 아주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사랑했을 것이다.
너를 만나고, 봄날의 푸르른 눈을 마주하고, 너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맞잡는 그 잊지 못할 만고불멸의 순간을 다시 한번 느낄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너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추며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싶었다.
네게 사랑한다고 듣고 싶었다.
멈추지 못할 폭풍이 나를 헤집었다.
나를 절망시키는 유일했던, 이제는 유이한 존재.
우연아, 나도 모르게 너의 이름을 부르고 너는 익숙한 그때처럼 나를 돌아본다.
너는 나의 사랑이고, 행복이며, 언제고 돌아갈 나의 안식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