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멍청한 사랑 [긴토요]

랄릴루 2022. 4. 28. 21:07

사랑, 사랑, 사랑.
멍청한 사랑, 그까짓게 무어라고.
저는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수많은 생명을 바쳤다가, 그대로 버려졌다.
제가 죽인 사람들의 부드러운 살가죽, 그 밑에 흐르는 불보다 뜨거운 피와 내장.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사랑에 점철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다.
더럽혀지고 쓸모없는 멍청한 사랑.
그후로 다시는 사랑 따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다.
이제 세상의 모든 것은 돌, 바위, 또는 거들떠 볼 가치도 없는 어떤 것들.
멍청한 사랑 따위는 이제 제게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니까.
모든 것을 버리고 가족도, 자신의 목숨도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게 되자 그 다음으로 떠올린 것은 너였다.
푸른 은발과 붉은 눈이 인상적인, 나의 보잘것 없는 인생에서 나를 구해준 단 한 사람.
이 세상에 남을 단 하나의 미련이 될 사람.
너를 대신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지만, 네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싶은 것도 더할 나위없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피바람이 지독하게 불고, 화염에 뒵싸인 듯 붉어지는 하늘과 선명했던 은색 구름이 너의 뒤로 비치던 그때, 예견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네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너를 가지고 싶어하는 이 모든 게.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또 무언가를 잃기 두려워 너를 사랑할 계획 같은 건 없다.
그럼에도 사랑에 빠진 듯한 너의 눈을 마주하고, 입을 맞추고, 사랑한다 말하고, 사랑한다 듣는다.
그저 연인의 흉내를 낼 뿐인, 가능성 따위 없는 미련한 짓들.
애정에 목말라있는 너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좋다 말했다.
목이 마르다 해서 쉴새없이 바닷물을 들이키는 너를, 끊임없는 갈증에 목말라하며 차마 멈추지 못하는 너를 보며, 자조적으로 미소지었다.
너무나도 닮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에 매달려 죽어가던 나와.
너의 행동 뒤에 불과 몇년 전까지의 내가 겹친다.
어리석고, 멍청하고.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운, 나의 ■■■.
이 사랑의 끝에는 오직 허망뿐일 것이다.
네 곁에는 내가 없고, 나는 또 과거를 후회하며 살겠지.
그 모든 걸 알고 있어도 변하는 것은 없다.
네가 멍청한 사랑에 빠졌으니 그 결과가 오로지 절망뿐이더라도 받아들이는 건 네 몫이잖나.
나는 그저 네가 끝도없이 괴로워하며 나를 그리워하고, 그러다 종말에는 너를 바라봐주는 모두에게서 구원받길, 네가 행복해지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