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부모님 [이호령]

랄릴루 2022. 5. 10. 22:52

내 아버지는 약한 사람이었다.
하나를 가지면 그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 떠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영생을 사는 아버지에게 세월은 빨랐기에 쉽게 잊혔다.
큰아버지에게서 과거에 아버지의 양자가 눈앞에서 잔인하게 죽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한동안 아버지는 칩거했다는데, 딱히 궁금하지는 않다.
지나간 세월에 궁금증을 가지기에는 내게도 세월은 빨랐으니까.
아버지는 연약했고 어머니는 연약한 아버지를 받아들였다.
그런 어머니가 좋았다.
강인했고, 사랑하고 싶은 것을 사랑했고, 적당히 방관할 줄 알았다.
불사와 그것에 가까운 존재에게는 가장 중요한 항목이었다.
어머니는 살릴 사람은 살리고 굳이 살릴 필요 없는 사람은 살리지 않았다.
과거 아버지의 양자라던가.
그런 약간의 잔인함을 가진 어머니가 좋았다.
약한 아버지도 좋았다.
세상은 그렇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