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맞잡은 손 [청명우연]

랄릴루 2022. 5. 21. 22:48

너는 왜 손을 잡는 게 습관이어서, 그토록 나의 손을 잡아대어서.
네가 떠난 지금, 왜 허전함을 느끼게 만드는지.
이제는 손을 보면 자연스레 내 손을 잡고서 웃는 네가 떠오른다.
굳은살이 박인 피부, 서늘하게 느껴지는 체온.
너를 뜻하는 그 모든 것들이 내게 다가오며 가슴을 간질인다.
매화가 가득하던 그날에 손을 잡아오던 그 감촉에는, 오직 행복만이 가득한 기억뿐이다.
왼손을 자주 쓰는 나니까, 일부러 오른손을 잡아오던 네가 더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던 그때.
결국에는 오른팔만이 남아 전투를 이어가던 그때 이후로, 나는 이 손이 검을 잡아왔던 손이 맞는지, 정인의 체온을 느꼈던 그 손이 맞는지. 혼란 속 어색하게도 느껴지는 손을 보며, 이제는 네가 왼손을 잡아오려나 생각했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듯 공허함만이 자리하는 왼손을, 네가 잡아오면 그제서야 나의 모든 게 완전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너는 언제나 나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이었으니까.
너무나도 다정해 언뜻 유약해 보이기까지 하는 너는, 그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이었으니.
나를 이끌어주겠다고, 내가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겠다 말하던 너를, 믿는 것과는 별개로 그리 의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사라져 버리고 금방이라도 스러질 것 같이 위태로워지니, 이제서야 내가 네게 많이도 기대왔던 것을 알았다.
네가 노력하는 점이 좋았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검을 휘두르고, 밤이 늦도록 의서를 들여다보는 것이.
다른 이들을 사랑하기에 끊임없이 냉정해지려 노력하는 것이.
그 모든 것들이 경이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걸 가장 잘 알고 있던 내가, 너를 사랑하고 따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나.
다만, 과거에는 미래로 이끌어주던 너는, 작금에 이르러 과거를 붙드는 미련이 되어버려서.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네가 서려있어, 떠오르지 않으려 해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이 생겨난다.
영원할 것만 같이 선명하던 손길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제야 우리의 사랑도 과거로 남았구나 깨닫고 말았다.
이리 될 줄 알았다면 너의 손을 잡지 말 것을. 행복해지지 말 것을. 그럴 걸 그랬다.
하지만 이런 후회를 알았을지라도 그때의 내게는 차마 막지 못할 크나큰 사랑이었기에.
나는 한참이고 너의 모습을, 온기를, 감촉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다시 한번 네가 내 손을 잡아오길 바랐다.
따스한, 매화가 피어나고 질 영원할 봄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