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그의 아들 [엘벳? / 모자관계]

랄릴루 2022. 6. 27. 15:04

내가 연락을 받고 달려가 만난 것은, 그와 닮은 구석이 전혀 없는 그의 아이였다.

사고였다고 한다.
음주운전 트럭에 치여, 그렇게.
고통은 없었을 거라고 하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그저 허무하고도 멍하다.
온전하지 않은 그를 보고서, 처음으로 그가 낯설게 다가왔다.
당신은 그토록 웃는 얼굴이 잘 어울리던 사람이었는데.
감은 눈도, 상처도,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몸도 어느 하나 익숙한 게 없었다.
바람, 어째서 네가 이렇게 떠나야만 했지?
무덤덤하다 생각했는데도, 그런 의문이 떠오르니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째서, 밝고 다정한 네가 이렇게 떠나야만 했는가.
떨리는 손길로 그의 손조차 잡지 못하고, 자리에 서서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
십여 분이 흘렀을까, 차갑던 방을 나오니 문 앞 의자에 쭈그리고 앉은 아이가 보였다.
그의 자랑이던, 그가 무엇보다 사랑하던 그의 아이.
날카로운 눈매나 차갑게 보이는 무표정한 얼굴, 흰 피부, 마른 몸.
어느 것 하나 그가 보이지 않는다.
성격조차 그를 닮은 구석이 없어 이 아이에게 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엉뚱한 구석이 있는 것은 그를 닮았을까.
무엇에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굴다가 달콤한 디저트가 나오면 볼이 차도록 먹고, 어려운 퀴즈를 좋아하는 등의 엉뚱한 구석들이 그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조용하고 차가운 아이였지만 그가 있어 그리 어둡지 않고 사랑받는 것에 익숙하던, 자신의 어머니인 그를 너무도 사랑하던 아이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다.
아이의 세계였던 그는 명을 다했고, 친인척조차 존재하지 않는 아이는 결국 어느 보육원에 맡겨진다고 들었다.
아이들의 재능에 후원을 충분히 해주는 곳이라니, 어쩌면 그곳에서 아이의 뛰어난 천재성을 알아보고 만족하는 삶을 살 수도 있겠지.
그곳에서 과거는 전부 잊은 채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러니, 이제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아이에게 신경 써주지 않아도 될 터인데.
충동이나 이기적인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문을 열고 나오며 마주친 눈이 그를 닮은 것 같아서.
그를 잃어버려 텅 비어버린 것 같은 이 감정을 함께 느끼는 유일한 사람이라서.
나와 함께 그를 기억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
부가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무시한 채로 홀린 듯이 걸음을 옮겨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그가 지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안녕, 엘. 나랑 함께 갈래?
그렇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