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망각하기까지 [던전밥 드림]

랄릴루 2022. 7. 7. 14:27

나는 고대라 불리는 그 시대에 태어났네, 파린.
부모도 없이 태어나 그대 같은 인간들에게는 까마득한 시간이라고 느껴지는 그 시간을 살았지.
나는 그 시간을 지나오며 많은 이들을 만나고,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의 죽음을 보았어.
처참하던 죽음의 현장은 어느새에 아름다운 꽃이 피고, 그 후에는 소담한 집이 세워지더군.
나는 그를 보며 그제서야 내가 가진 시간이 두려워졌네.
나의 삶에 비해 그대들의 삶의 길이는 정말 순간이라서, 즐겁다고 느끼는 짧은 세월이 흐르면 어느샌가 나 혼자 남아 계속해서 살아가겠지.
나는 그대들이 죽고도 아주 오랜 시간 그대들을 그리워할걸세.
끝이 보이지 않는 삶 속에서 잊혀질 때까지의 그리움은 아주 괴로운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파린, 그대도 그러할 테지.
나의 현재를 밝혀주는 그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숨을 거두고, 내 안에서만 남아 존재할 거야.
현재가 행복하기 그지없는 만큼 벌써부터 그대가 사라질 미래가 두려워.
그대, 제발. 언제까지고 내 곁에 남아주게.
그대가 먼저 내게 잊지 못할 다정을 건네주었잖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대가 나를 사랑에 목매게 하였으면서.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아주 오랜 기간 나의 달이 될 그대여, 제발.
그대가 원한다면 이 세상을 그대에게 바칠 테니.
나를 혼자 두지 말아 줘.
그래, 그대는 다른 인간들에게는 관심이 없잖나.
그대가 원한다면 그대의 오라비와 친구를 데리고서 아무도 찾지 못할 곳으로 가자.
그곳에서 우리들만의 나라를 만드는 걸세.
넷이서 사랑을 하고, 서로의 가족이 되어주는 거야.
나는 그대와 함께라면 어떤 곳에서 어떤 형태로 존재하여도 좋으니.
그대를 사랑해, 파린.
이르게 떠나버릴 그대를, 잊을 때까지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