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청려장]
그 수많은 회차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저 단 한 번의 완벽한 성공을 위해 도전하고 또 도전하며 수많은 실패와 포기를 반복하고.
그러던 그때 네가 눈에 들어온 것은 정말로 우연이었다.
어쩌면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를.
아직 어리던 너는 내가 어떤 실패를 겪든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해맑게 다가왔다.
사실 무지한 이들이 낼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몰랐지만, 그 작은 행동이 지쳐있던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은 맞았다.
처음에는 그저 변덕이었고, 두 번째는 지루함 속의 약간의 재미였고, 세 번째는 호기심이었다.
네가 언제까지, 어떤 상황을 겪든 내 곁에 있을까 하는, 그런 호기심.
아직 어린 네게 실험하기에는 알맞지 않은 호기심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으니.
그런 실험을 반복하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널 좇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런 연애적인 감정은 아이돌로서 불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버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 시간 속에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적인 감정이 끈질기게 매달려있던 것일지도 몰랐다.
널 거절하고, 거부하고, 밀어내고, 지우려 애쓰고.
효율을 중시하며 행동해도, 나는 결국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널 사랑했다.
이 길고 긴 기회의 반복이 널 만나 사랑하기 위해서였다면 반쯤은 그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몇 번의 회차에서는 네게 사랑을 고백했고, 몇 번의 회차에서는 생판 남이 되었고, 또 몇 번의 회차에서는 너를... .
그 모든 회차 속 너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수많은 시간의 반복으로 이제는 사랑보다 더 질척하고 미련한 감정이 된 뒤로, 나는 너 말고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할 것이란 걸 자각했다.
나는 너만 내 곁에 있다면, 우리가 무슨 관계든 네가 무슨 짓을 하든 아무것도 상관이 없었다.
그런 것은 아주 사소하고 부가적인 가치일 뿐이었으니까.
정말로, 모든 것이 괜찮았다.
번거롭고 제어할 수 없는 커다란 변수였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