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해피셜록]
해가 지며 호박색을 드러낼 때, 자연스레 자네가 떠올라.
저 태양보다 강렬하고, 눈이 부시고, 손이 닿지 않을 것만 같은 자네가.
그 시간이 되면, 그 차오르는 기분을 감히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기 겁나네.
쉽사리 이 감정을 단어로 내뱉었다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될까 봐.
자네는 숲을 뛰어다니는 짐승을 닮았지.
자유롭고, 어떤 것에도 속박되어 있지 않은 것.
나 또한 가만히 매여있는 것은 전문이 아니지만, 자네는 언젠가 나를 두고서 어딘가로 훨훨 떠나버릴 것만 같아서.
그런 자네를 경애함에도, 그렇기에 더욱 두렵네.
이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 해왔잖나.
세기의 사랑, 정략혼, 남을 갉아먹기만 하는 그런 것들 말일세.
나는 사랑이 두려워.
초라한 겁쟁이라 칭해도 좋네.
그렇다 해서 내가 가진 이 신념이 쉬이 변하는 것은 아니니 말일세.
사랑으로 인해 자신을 바꾸고, 사랑을 갈구하고.
행복해지기에 두려워지는 그 감정을 믿을 수 없어.
자네는 사랑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범죄가 발생했는지 알고 있나?
그로 인한 결과를 내가 과연 얼마나 접했을 거라고 생각하나?
나는 내가 이성적이지 못할 그 상황이 그토록 두렵네.
스스로의 주체를 잃게 되는 것이 너무도 불안해.
그래서 지금까지 가까운 관계를 만들지 않았던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것 따윈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내 신념이 바뀌어 가고, 그저 자네 곁에만 있으면 무엇이든 완벽할 것 같단 말일세.
내가, 그대를 사랑해서.
그래, 내가 졌네.
인생에 몇 번 되지 않을 패배를 계속해서 겪고, 내가 겪은 모든 승리를 자네의 발밑에 두고 싶을 정도로.
나를 보고 웃어주게, 해피.
자네가 행복을 가르쳐준, 평범한 사랑을 하게 된 남자에게.
자네가 곁에 있다면 그제서야 이 사랑으로 점철된 세계를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으니.
해피, 나의 행복인 그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