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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인사 [아키표]

글쎄요, 표.
이 드넓은 편지지에 대체 무슨 말을 적어야만 좋을까요.
표를 향한 그리움에 펜을 들어 글을 써 내려가고 있지만 무슨 말을 써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표, 왜 돌아오지 않나요?
표가 저쪽 세상과 연결되어있는 문을 열고 나간 지 몇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이 세상은 교류가 사라진 표를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만들려는 건지, 시간이 지날수록 표의 존재를 사라지게 만들고 있어요.
표의 부재를 궁금해하던 사람들은 차츰 그 횟수가 적어지더니, 제가 표의 이름을 꺼내자 그게 누구냐고 되묻더군요.
그들을 보고서 저와 부모님은, 저희의 기억에서조차 표가 지워질까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표, 제가 표의 모든 것을 기억하려 해도, 조금씩 제 기억 속에서 표가 아닌 것부터 서서히 지워가요.
이게 표가 원하던 것인가요?
그 세계로 넘어가서 이쪽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은, 모두가 표를 잊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인가요?
표, 만약 그런 것이라면, 저는 처음으로 표에게 크게 실망할 거예요.
제 기억은 제가 정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의 기억을 개인의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충분히 옳지 못한 일이니까요.
표, 저는 시간이 흘러도 표를 기억하고 싶어요.
붉은 단풍을 닮은 머리카락도, 태양을 담은 듯한 눈도.
표와 함께 한 모든 추억을 이렇게 쉽게 잃고 싶지 않아요.
표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요.
그날로 돌아가서, 표의 전화를 받고, 모든 걸 뒤로하고 달려가 표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저는, 우리는, 표가 어디에서도 행복하길 바란다고.
무척이나 미안하다고 표에게 전할래요.
표, 저를 사랑했나요? 표도 저편에서 저희를 그리워하고 있을까요?
제 기억 속 표의 흔적이 전부 지워져도, 저는 바둑판 건너편의 표의 존재를, 기억나지 않을 저의 사랑을 평생 그리워할 거예요.
표, 만약 제가 보고 싶다면, 저를 그리워한다면, 언제가 되었든 다시 돌아와 제 앞에 나타나줘요.
그렇게 해준다면 나는 이 모든 걸 용서하고, 그제서야 잃어버린 나의 가을을 알아보고서 다시금 사랑에 빠질 테니까.
표, 드넓은 바다의 길잡이가 되는 나의 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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