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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충동 [긴토요카무]

내 기억 속 어머니는, 참으로 외로우신 분이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하루의 대부분을 방 안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시거나, 가끔 집 안을 돌아다니시고, 세상의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다는 듯 초연한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아주 어릴 적부터 가족이 무언가를 같이 한 기억은 없다.
아버지는 가끔 놀아주시거나 수련을 도와주긴 하셨지만, 어머니는 어느 자리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와의 만남은 늘 내가 먼저 찾아가야만 이루어졌다.
구석진 곳의, 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방의 문을 열어 어머니를 껴안으면 어서 오라는 따뜻한 말조차 않으신 채 머리만 가볍게 쓰다듬어주실 뿐이었지만.
그 작은 행동이 내겐 그 무엇보다도 큰 기쁨으로 다가왔었다.
그 작은 환영을 받으려 어머니의 방에 들리는 것이 일상의 한 조각이 될 만큼.
그러다 보면 가끔씩, 어머니께서 방구석에 있는 상자를 열어 무언가를 한참인가 눈을 떼지 않으시는 것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어머니께서, 아버지의 전에 소중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도, 그 사이에 아이도 하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모두가 내게 숨기려 하지만 어떻게 모두의 입을 단속하겠는가.
들리는 이야기들로 그들의 존재를 알기에는 충분했다.
그래도,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어도.
이 작은방에 내 사진 하나, 아버지 사진 하나 없는 것에 비해, 살짝 낡아 보여도 소중히 관리한 듯 반질반질한 손때가 묻어있는 그 사진들을, 상자 안에서 보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어머니는 이 세상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으신 게 아니라, 그저 사진 속 이 남자와, 어머니의 분위기를 닮은 이 아이만을 중요히 여기고 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스스로 외면한 것일지 모른다.
어머니는, 내게 사랑하다는 한 마디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10여 년의 세월 끝에 안 사실은 나를 절망에 빠트린 것 같기도, 어쩌면 그다지 놀랍지도 않게 다가왔다.
어머니를 사랑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싶었다.
이 남자만큼은 아니어도, 그 아이만큼은 이기고 싶었다.
가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난생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어떻게 반쪽짜리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족이 된단 말인가.
그냥 이 아이를 이긴다면, 이겨서 돌아온다면 어머니는 그 아이보다 강한 나를 사랑할지도 모른다.
그런 단순한 충동이었다.
나는 그 길로 지구로의 여행을 계획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어머니가 내게 조금의 관심이라도 주셨으면 해서.
나와 그 아이 중 하나만을 선택하게 된다면, 과연 나를 고를 것인지에 관한 궁금증을 안고서 나는, 에도로 향했다.
끝이 새까맣게 물든 은빛의 머리카락에, 검붉은 눈동자를 가진 그 아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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