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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소원 [문대청장]

박문대는 저를 사랑했다.
본래 무뚝뚝한 성격의 그가 저를 볼 때면 자연스레 풀어지는 얼굴, 무언가를 바라면 따지지 않고 들어주는 행동, 항상 저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동자.
남의 호감에 예민한 청장은 단박에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을 마주하다 보면, 자신도 그를 사랑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행복했으면 했고, 그의 곁에 있고 싶었고, 그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싶었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라 칭한단 말인가?
청장은 그 외에 이 감정을 지칭할 단어를 알지 못했다.
그와 눈이 마주할 때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연스레 웃음이 나오는 이 모든 것은 누구나도 알만한 달콤한 사랑이었다.
사랑은 눈앞이 흐려질 만큼 달콤하고 행복한 감정을 누리게 하였지만, 청장은 가끔 자신의 기만을 상기했다.
그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명목이긴 했어도,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목숨을 담보로 걸어가며 꿈을 이루게 시킨 것은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많은 악몽을 보여주고, 어떨 때는 도움이, 어떨 때는 걸림돌이 되었던.
그가 그리도 욕하고 절망하던 시스템을 부여한 것은 자신이라, 그리 말한다면.
그는 제게 어떤 감정을 내비칠까.
청장은 언제나 남의 호감을 빠르게 눈치챘다.
모두가 저를 좋아하는 삶을 살아왔으니 둔감해질 수도 있겠지만 청장은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몹시도 즐거웠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다가가 결국은 저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한 청장이었으니, 만약 문대가 더 이상 자신을 좋아하지 않게 된다면.
그 마음을 가장 먼저 눈치채는 것은 문대 본인조차도 아닌 자신일 것이기에.
죄책감에 눌려 입을 열려다가도 그 이후를 생각하면 몹시도 두려워져 다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사랑하면서도, 이토록 사랑하기에. 그를 기만하며 중요한 비밀은 누구도 볼 수 없고 알 수 없는 곳에 감춘다.
그 언젠가 제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말하기는 할 테지만, 그게 지금만큼은 아닐 것이다.
이 사랑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했다.
바로 그것이, 이 모든 것을 대가로 한 저의 소원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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