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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영원 [센난]

너는 지었다.
영원히 늙지 않고 이 모습으로 살아갈 나를 두고 너의 목숨은 겨울이 온 것처럼 져버렸다.
내가 기억하는 이들은 내가 기억하던 시절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후였고 유일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던 너는 이제는 없으니, 나는 이 모습으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신원도 불확실한 8살 모습의, 약간 똑똑할 뿐인 아이로 살아가기에는 세상은 그만큼 녹록지 않다.
네버랜드에 갇혀버린 아이들처럼 나의 시계는 움직이지 않고, 너는 세상에 섞여들어 너의 삶을 살아간다.
나는 여기 그대로인데, 너는 이제 네 삶에 나만 존재했던 그때와는 다르다.
이제 내겐 너밖에 존재하지 않고, 네겐 나를 제외한 것들이 차고 넘친다.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를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고 나는 너를 사랑했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에 석양처럼 붉은 눈을 가진 너는 해가 지듯 눈을 감고 다시는 뜨지 않는다.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너는 죽을 때까지 나를 사랑했다는 점일까.
정착하지 않고 옮겨만 다니던 우리는 너의 생이 다할 때가 되어서야 일본으로 돌아왔다.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너는 죽었고, 나는 나의 처지를 아는 이에게 또다시 나의 생을 맡겨야 했다.
나는 죽기 직전까지 이런 삶을 연맹해야겠지.
영원의 삶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가볍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말이 이렇게나 쉽게도 사라졌다.
어쩌면, 어쩌면 나는 너를 잃고도 한동안은 너를 사랑할 것이다.
머나먼 미래에 너와 같은 사람이, 혹은 너에 대한 것이 점점 희미해질 때쯤에는 너를 사랑하지 않겠지.
그래도 너는 내 생에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영원히 내 안에 남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하고 불확실한 영원한 미래에 벌써부터 네가 그리워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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