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드림

자각 [해피셜록]

사랑을 자각한 그 순간은 마치 오지를 헤매던 끝에 길을 찾은 것처럼, 캄캄한 어둠이 가느다란 한줄기 빛만을 비추는 것처럼.
꽃송이가 피어나고, 생의 끝에 눈을 감을 때처럼.
기적적이면서도 절망적인 순간이었노라고 해피는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저 재수가 없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이가 상상치도 못했던 놀라운 추리를 선보이는 것이 반복되고서, 다급하게 애타는 듯 자신을 구해주자 마음이 동하게 되는 것은 영 이상하지 않을 일이였을 터다.
그게 해피 자신만 아니었더라면 해피는 놀라운 사랑 이야기라며 기꺼이 박수를 쳐줄 수도 있었다.
다시 말하듯, 그게 자신만 아니었더라면.
부모도 없고, 변변찮은 교육조차 받은 적 없다.
돈도, 지식도, 명예도, 하물며 눈앞의 빼어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견줄만큼 아름답지도 않았다.
이런 자신을 대체 누가 사랑해주겠나.
평소에는 그런 것따위 신경쓰지도 않던 해피였지만, 사랑에 빠지자 속 안에 감춰두었던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드러났다.
제 마음을 동하게 만든 이의 얼굴은 남말할 것 없었고, 중산층의 자녀로 태어나 웬만큼 좋은 교육은 전부 섭렵하며 곱게 자란티가 몸에 베어있었다.
거기다 머리까지 뛰어나 그 괴짜같은 성격만 아니라면, 웬만한 아가씨들의 마음을 얻는 것도 쉬울 것이고 그런 이가 자신과 사랑에 빠지기는 무척이나 어려우리란 것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해피라도, 아니 뒷골목의 다섯살 난 아이라도 뻔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해피는 자신의 마음을 부정했다.
아니, 부정하려했다.
위에 말했던 것처럼 그런 매력을 가진 이가 자신을 보며 편안한 듯 미소 지으며 웃자, 해피는 더 이상 부정하지도 못하게 그에게 이미 빠져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젠장, 젠장, **!!
분하고도 기적적이고, 절망적이면서도 행복한 감정이 뒤엉켜 해피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면 뭔가, 약간이라도 기분이 풀리는 듯했으니까.
자신의 말에 답하지도 않고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푹 숙이며 무언가 잘못됐다는 듯 굴고 있으니, 걱정되는 것이 당연한 셜록이 괜찮냐며 눈높이를 맞추며 묻지만 않았어도 해피는 한나절 동안이나 그러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 인정하겠다.
분하고, 인정하기 싫고, 이 사랑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지만.
해피 자신은 눈앞의 이 훌륭한 신사 탐정인 셜록 홈즈를 아주 미치게도 사랑했다.
그러니까, 해피가 자신의 사랑을 자각했다는 뜻이었다.

'드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시멜로] 뜨거운허벅지님 (writing_thigh) 글 커미션  (0) 2021.09.14
영원 [센난]  (0) 2021.09.11
그 밤 [긴토요]  (0) 2021.09.02
동지 [나루토 드림]  (0) 2021.08.31
현실 [중혁호성]  (0) 2021.08.20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