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너는 기적처럼 깨어나 나를 향해 미소짓는다.
그럼 나는 감격해 너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사랑한다는 답을 듣는다.
그런 기적같은 일들은, 눈을 뜨면 전부 사라진다.
오늘은 네가 잠에 든지 1년째가 되는 날이다.
나는 매일 너를 보러 간다.
그저 고이 잠들어있을 뿐인 너를 보고, 이름을 부르고.
대답없는 네곁에 앉아 그저 하염없이 너를 기다릴 뿐이다.
한동안 나는 사는 것이 아니었다.
밥도 잠도 무엇 하나 하지 못했다. 숨을 쉬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냥 죽지 못해 살았다. 그뿐이었다.
너는 내게 행복해지라고 말했지만 나는 아직 너없이 행복해지는 법을 모른다.
너없이 살아가는 법을 모르고, 너없이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나는 그런 놈이었고 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너는 깨어나야 했다.
너를 위해 슬퍼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게 언제고 반드시 그러해야 했다.
네가 이대로 깨어나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나는 몇 백, 몇 천번이고 너를 생각하며 버텨야 하나.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보면 이제는 눈을 감아야지만 보이는 너의 미소는, 분명 너는.
몇 천번이고 되살아나며 희미해질 것이다.
너의 웃는 얼굴이 어색해질 것이고 너의 목소리가, 행동이, 너를 이루는 작은 하나하나까지 낯설게 느껴질 날이 올 것이다.
끔찍한 미래다.
잔인한 현실이다.
유중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지하철은 규칙적으로 덜컹대며 다리 위를 내달렸고, 시계는 곧 7시를 가리켰다.
그것이 무슨 신호라도 됐던 건지 지하철 내부 불이 꺼지는 것을 시작으로 크게 흔들리며 멈춰섰고, 잠깐의 웅성거림 후 곧 기관사의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열차 내 승객분들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열차 내 승객분들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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