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성.
이미 잠들어 눈을 뜨지 않는 네게 편지를 쓰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싶군.
그래도, 너는 가끔 의미 없는 행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했으니까.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
네가 눈을 뜨지 않은지 어느덧 몇 년이 지났다.
벌써 이만큼의 시간이 흐른 건가.
아주 긴 시간이 흘렀다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짧다면 짧은 시간이야.
너의 1년을 몇 번이고 반복했는지 모를 거다.
네가 너무나도 그리워.
네가 이 세상을 사랑하고 나에게 따스함을 나눠줬다는 걸 기억한다.
그렇기에 나도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어.
하지만, 똑같은 짓을 반복할수록 지쳐간다.
몇 번이나 이 짓을 반복해야 하지.
몇 번을 죽고 다시 살아나도 너는 일어나 나를 바라보지 않아.
다시 눈을 뜬 네게 이 세상이 기억 그대로인 것을 보여주고 싶지만, 내가 만약 이 이야기의 끝을 보아도 과연 네가 그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네가, 나를 보고 행복하게 웃으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듣고 싶다.
나는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이 이야기 너머의 그를 보기 위해. 그리고 다시 너를 보기 위해 수백수천 번의 인생을 반복하고 있어.
하지만 너는, 이보다 더한 생을 반복해도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다시 눈을 떠줘.
모두에게 희망을 주어라.
너는 그런 사람이었으니.
[시간선이 맞지 않는 곳으로부터 ■■■의 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개연성의 파괴로 편지는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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