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토가 눈을 떴다.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넓은 공간.
암흑인지 흰색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던 그 공간에서 라이토는 그날 그 옷을 입은 채 홀로 눈을 떴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생각하던 도중 채 답을 찾기도 전에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한 사람이 홀연히 나타났다.
지금은 어디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그날 이후 갑자기 사라져 죽었어야 할 사람이.
Bessie Lawliet.
베시라고 불리던, 엘의 아내.
감히 무서운 것을 모르고 멋대로 자신을 친구라고 부르며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오만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그런 어리석은 사람.
분명히 죽었을 텐데. 어째서? 데스노트에 착오라도 있었다는 건가. 혹시, 본명이 아니었나?
사실에 다가가기 위한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어느 순간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을 멈췄다.
뚜렷히 모습을 드러낸 베시는 마지막으로 보았던 모습과 똑같았다.
하나 다른 것은, 그 눈이.
증오하며 바라보는 두 눈이, 무섭도록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라이토."
베시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세상 그 누구보다 끔찍하고 고통스럽게 죽었으면 좋겠어."
베시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으려는 듯 입술을 깨물었고, 두 눈에서는 눈물이 방울져 떨어지기 시작했다.
"네가 행복해지지 않기를 매일 빌어. 무슨 자격으로 네가 행복해지려고 해? 그때 엘이 아니라, 네가 죽지. 네가 죽어버리지."
눈물이 어느새 뺨을 흠뻑 적시고, 베시는 울음을 쏟아냈다.
비명같은 울음소리.
증오로 타오르면서도 더 큰 슬픔으로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울음을 간신히 그치기는 했지만 눈물은 아직 흥건하게 두 뺨을 적시고 있었다.
베시는 눈물을 떨어트리면서 증오 어린 두 눈으로 비소를 지으며 라이토에게 말했다.
"하나 알려줄까? 넌 끔찍하게 죽을 거야. 네 편은 다 죽고 너밖에 없는 곳에서, 찬 바닥에 누워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갈 거야. 그렇게 빌 거야. 네가 그렇게 죽도록, 행복해질 수 없도록. 내가 빌지 않아도 넌 그렇게 죽을 테지만, 그래도 빌 거야. 그것만이 내가 바라는 거니까."
내가 죽어? 그렇게도 한심하게? 그럴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을 바라고 있군.
라이토는 베시가 하는 말을 듣고 조소를 지었다.
자신이 죽을 리가 없다.
자신은 신세계의 신이 될 것이다.
그런 굳건한 믿음은 라이토의 두 눈과 귀를 가렸다.
결과는 곧 자신의 승리가 될 것이고, 패배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 낭비했다며 라이토가 뒤돌아 걷자 공간이 다시 일그러졌다.
바닥이 꺼지며 떨어지는 느낌이 든 것은 잠시, 눈을 뜨니 익숙한 방의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윗몸을 살짝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역시 꿈이야.
푹신한 베개 위로 다시 머리를 눕히고 그 여자, 베시의 얼굴을 다시 생각했다.
어리석은 여자.
라이토는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그런 멍청한 꿈은 빨리 잊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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