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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고요 [중혁호성]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병실에 적막함만이 가득 찬다.
들려오는 건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기계음과 네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작은 숨소리뿐이다.
너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하얀 이불을 덮고서, 어디 하나 아파 보이는 곳 없이 그저 잠들어만 있다.
그런 너는 금방이라도 햇빛에 눈이 부시다며 일어나 좋은 꿈을 꿨다고 말할 것만 같은데.
나는 침대 옆 초라한 의자에 앉아 네가 눈을 떠 나를 보기만을 기다린다.
인생의 가장 깊은 절망에 빠져있는 것만 같다.
너를 만나 얻은 행복의 대가라고 하기에는 알맞을 지도 모르지만, 너무나도 길고 잔인한 대가다.
왜 내가 아니라, 네가 깊은 잠에 빠져 눈을 뜨지 않는 걸까.
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도, 이 세상에 필요한 것도. 나보다는 더욱 너인 것을.
너는 왜 날 이 세상에 버리고 떠나버렸나.
내게 꿈꿔보지도 않은 행복을 한가득 쥐여주고 사라져 상실감만을 안겨주고서.
너도 결국은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싫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네가 아니라, 내가 길고 긴 끔찍한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내 모든 일생이 이렇게나 괴로울 수가 없다.
네가 알려준 세상의 찬란함이나, 햇살의 따스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쓸쓸함만이 머문다.
너는 나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너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환영인지 꿈인지도 모를 네가 내 손을 놓고서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다.
가지 마. 가지 마라.
아무리 손을 뻗고 애원해도 결코 네게만은 닿을 수가 없어서.
제발.
나도 데리고 가줘.
그렇게만 바랐다.
눈을 뜨니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온몸은 식은땀에 젖어 숨을 몰아쉬고, 푹신한 이불에서는 아직 너의 향이 남아있다.
또다시 아침이다.
햇살은 눈부시게 빛나고 너는 여전히 깨지 않는 잠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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