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을 만나지 않은 오랜 시간 동안 혼자서 지내왔습니다.
나의 소중한 친구들, 셋쇼마루, 코우히메와 함께한 시간들은 전부 내 안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지만, 나의 긴 인생에 비해서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을 뿐이라.
가족은 나와 같은 오랜 세월을 사는지라 찰나의 순간밖에 함께하지 못했고, 어느 순간 자리를 바꾸며 매워가는 하인들은 내게 큰 의미가 되어주지 못했으니 나는 오랜 시간을 혼자서 보내왔다 할 수 있겠죠.
나의 조부께서 물려주신 이 아득하니 넓고, 시간이 흐르지 않는 아름다운 저택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아주 길고 요연한 시간을 보냈을지 모르고.
눈을 감았다 떴을 등시(登時)였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광음의 끝에 당신을 만났지요.
내가 아는 은색의 머리카락, 내가 아는 호박색의 눈.
그렇지만 난생처음 보는 것처럼 신선한 충격을 동반하던 당신의 모든 것.
무량에 가까운 세월에 영원토록 나의 기억 속 남을 당신을, 종내에는 날 두고 먼저 떠나버릴 당신을 보며 나는.
당신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끝없을 외로움을 고려했는지.
다음 생에 당신이 금방 져버릴 풀 한 포기로 피어나도 사랑할 것임을 맹세하면서, 차마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워 성을 내며, 무척이나 행복하고도 후회되는 나날을 보냈었네요.
얼마간의 많은 일월이 지나더라도, 나는 당신과 함께 살던 이곳에서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당신이 돌아올 그날까지 기다릴 테니, 꼭 나를 만나러 오길.
모든 후회를 뒤로하고, 반가이 반겨줄 테니.
영원의 세월 속 그 언제든.
-蝶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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