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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현재 [청명우연]

무언가 위화감이 든다. 평소와도 같은 일상일 뿐인데.
이 산이 이리도 원만하던가.
매화주에서는 이리도 단 향이 나던가.
너는, 이리도 푸르렀던가.
모든 것이 같은 일상에서, 모든 것이 전과 달리 더욱 아름답고, 그중에서 너는 더욱 낭랑하니.
아, 드디어 행복인가 보다.
깨어나고 싶지 않은 무엇보다 행복한 꿈.

청명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잠자리에서 눈을 떴다.
꿈이다. 방금까지의 행복이 모조리.
지독한 추위에 피어나지 못하는 매화처럼, 그립기만 한 과거의 행복에 단숨에 절망에 빠져버린다.
이제 제 곁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때의 아름답던 붉은 매화도, 무엇보다 소중한 그때의 화산도, 너도.
매화는 언제고 지는 것이 당연한데, 지지 않은 한 송이만 아직 이곳에 남아.
이제는 시간에 짓눌려 과거에만 존재할 뿐이다.
우리가 지키려 애썼던 세상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에게 남은 것은 영광 하나 없는 상처뿐이다.
나는 그날만큼 진노한 적 없다.
그 이후로 그만큼의 그리움 또한 느껴본 적 없다.
끝나지 않는 겨울만이 끝없이 이어진다.
빌어먹을 마교.
빌어먹을 세상.
빌어먹을 ...
... 그럼에도 세상은 더없이 아름답다.
이 화산의 전부가, 서로를 아끼는 사형제들이.
그저 아름답고 행복했었던 추억에만 잠겨있고 싶어도, 시간은 흘러간다.
결국 겨울은 지나가고 매화는 긴 인고 끝에 다시 화려하게 개화할 테니.
그날 우리가 지켰던 세계를, 그때의 아름답던 화산을 미래에도 전해주고 싶기에.
너무도 행복하여 이제는 괴로운 악몽이 된 그날들을 짊어지고, 나는.
아직은 어스름한 새벽하늘에 해가 떠오른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미래에도 그러할 태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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