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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회상 [청명우연]

청명은 아직도 가끔 매화나무 위에 드러누워 그 순간들을 즐기다 보면 이제는 오래전인 과거가 떠올랐다.
어서 내려오라며 호통을 치던 사형, 저 멀리서 들리는 사제들의 기합 소리, 바람이 불 때마다 코를 간질이는 매화 향기.
익숙한 얼굴의 사형제들과 산문에 위치하며 번쩍거리는 현판.
푸른 산속에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그곳.
그리고 네가 있던 그 화산.
그 모든 것들이 바로 엊그제의 일처럼 선명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곳은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없다.
화산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내가 그리고 사랑하던 그곳은 없다.
너와 함께하던 그때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화음의 장터도, 흐르는 계곡물도, 네가 그리도 좋아하던 화산의 매화도.
모든 것이 비슷하고도 다른 공간에서 너만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푸른 빛깔이 도는 머리칼, 녹음을 담은 눈동자.
청명하게 흐르는 물소리 사이에서 내던 너의 웃음소리와, 머리 장식을 들고서 어여쁘냐며 묻던 너의 눈웃음이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 손에 닿을 듯 분명하게 그려진다.
그립고 그리운 그때의 화산.
언제고 돌아가고 싶은 영원한 나의 추억.
화산을 붉게 물들이던, 언제나와 같은 해가 산등성이 너머로 모습을 감춘다.
해가 지는 곳(禺淵). 모든 것이 붉게 타오르며 종말을 예고하는 것 같은 그곳으로 가면, 그곳에 네가 있을까.
아름답고도 쓸쓸한 그곳에서 그 긴 시간을,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언제나 눈을 감으면 네가 떠오르고, 해가 지는 시간이면 네가 곁에 있는 것만 같다.
꽃은 언제나 지고 다시 피는 것이건만, 나는 아직 여기에 남아 자리한다.
그때의 우리는 모두 다 져버렸음에도.
네가 보고 싶다.
이 모든 것이 끝난다면 언제고 네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청명은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고서, 흘러가는 지금을 자각했다.
매화는 다시 피어난다.
고여있는 추억은 언제까지고 그리울 테지만, 흘러가는 지금은 미래로 이어질 것이기에.
거센 바람 앞에서 스러지지 않는 고목처럼, 언제까지고 그 빛이 바래지 않을 기약 없는 그날까지.
그날이 오면 먼 미래의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나 이어질 테니.
우리는 몇 번의 우연으로 맺어진 운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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