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키스였다.
순전히 내 욕심에서 비롯된 키스였다.
첫 키스는 새콤한 레몬 맛도, 달콤한 초콜릿 맛도 아니었다.
달짝지근한 사과 맛이었다.
아까 먹은 애플파이 때문일까, 아님 사과 사탕 때문일까.
상대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서툰 키스에 엘은 상냥하고 따뜻하게 마주 키스해주었다.
눈물이 흘렀다.
엘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더 비참했다.
눈을 감아 앞을 볼 수 없어서 모든 것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끔찍하다고 하지, 화를 내지, 아무 것도 하지 말지.
그러면 나는 그대로 돌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텐데.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랑을 바라지 않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엘에게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하는 키스가 너무나도 따뜻하고 달콤해서, 계속해서 입을 맞췄다.
눈물이 흘러도, 끝도 없이 비참해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채로 키스를 하는 것이 참담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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