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이 죽었다.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오히려 운명의 수순대로 흘러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완벽한 절망은 오히려 슬프지 않다는 말을 몸소 느낄지는 몰랐다.
조금의 온기도 없는 침대 위에서, 나는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전부 지긋지긋해. 네가 없는 이 세상은."이라고 중얼거렸다.
꽃을 만져 눈을 멀었다.
엘이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렇게나 네 존재가 절실해질 줄 알았다면 네가 죽을 것을 각오했을 때, 한 번만 더 붙잡아 볼 걸 그랬다.
그런다고 붙잡힐 네가 아니더라도.
내가 이 세상에 남아있을 이유도, 남고 싶은 이유도 이제는 없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할 나의 마지막 사랑아.
이제 영원히 안녕.
나는 그렇게 눈을 감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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