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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첫 만남 [해피셜록]

이른 아침 나와 셜록이 벽난로 앞 소파에 앉아 간단한 티타임을 즐기고 있을 때, 누군가가 문을 두들겨왔다.
문이 열리며 허드슨 부인과 이야기가 오가나 싶더니 곧이어 2층을 올라오는 경쾌한 발소리가 들렸다.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들어온 손님은, 머스타드 같은 샛노란 머리카락과 왼쪽 볼에서부터 눈 위까지 가로지르는 큰 상처 자국이 인상적인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순진해보이는 얼굴 속 기민한 회색 눈이 반짝거렸고, 콧잔등에 옅게 깔린 주근깨와 가장 특징적인 큰 상처 자국이 그동안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입고 있는 옷은 깨끗하지만 고급 진 옷감은 아니었고, 여기저기 헤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소년은 쓰고 있던 빵모자를 벗으며 환한 미소로 말했다.
"여기가 셜록 홈즈 경 댁 맞나요? 한참을 찾아 헤맸답니다. 홈즈 경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아, 왓슨 선생님이시죠?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그 중성적이고 예의 바른 목소리에 안심하고는 소년을 의자에 앉혔다.
허드슨 부인은 고맙게도 방금 갓 구운 초코 쿠키와 따뜻한 차를 내다 주셨다.
셜록은 이제야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관심을 가졌는지 의자에 몸을 맡긴 그 자세 그대로 눈만 슬쩍 돌려 소년을 쳐다보았다.
셜록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리고는 힘없이 똑바로 앉아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소년에게 물었다.
"자네는 분명 며칠 전에 그... ..여기는 무슨 일이지?"
허드슨 부인은 끝까지 미소 지으며 방을 나섰고 소년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허드슨 부인에게 인사하고 셜록의 물음에 답하였다.
"며칠 전 홈즈 경이 저를 구해주셨죠.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찾아오라길래 한 번 와보았습니다. 주소는 말씀해주시지 않아 이름만으로 이곳을 찾았어요. 그렇다고 무작정 도와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염치가 있는 사람이지 않겠습니까. 그저, 일을 도와드릴 테니 여기서 숙식을 해결했으면 해서요."
예의 바른 미소와는 달리 입에서 나온 말은 다소 무례한 언사여서 그때 셜록이 말리지 않았다면 나는 불같이 화를 내며 그 소년을 쫓아냈을 것이다.
"잠깐만 기다려보게, 왓슨. 한 번 이야기는 들어봐야지. 이보게.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내게 이득 될 게 있나?"
그 소년은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최근 브릴리언 사건을 해결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를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증언까지도 가능하죠."
셜록은 놀란 듯 엄청난 속도로 벌떡 일어섰다.
브릴리언 사건. 독자 중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어도, 그 사건을 안다면 쉬이 입에 담을 수 없을만큼 끔찍하고 난해해서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그 분야 사람들이 들썩였었다.
그런 난해한 사건의 추리가 막혔을 때 예의 없고 자신만만한 소년이 나타나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나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나는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이 작은 소년이 그 난해한 사건의 중요한 증거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보여줄 수 있나?"
셜록이 입을 열었다.
"당연하죠."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무언가를 감싼 듯한 손수건을 펼쳐보니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특별할 거 하나 없는 검은색 단추가 있었다.
"이거 꽤나 중요한 증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맞죠?"
나는 단도를 본 셜록의 격양된 얼굴을 보고 이 정체불명의 단추가 이 난해한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년은 마저 말을 이었다.
"제가 그 사건의 범인도 흐릿하게나마 보았습니다. 원하신다면 그 사건 현장을 말해드릴 수도 있어요. 그 피해자, 손끝과 발끝이 전부 피로 물들여져 있었죠?"
당분간 언론 보도도 금지되어 있던 터라 그 사건을 아는 이는 드물었고, 심지어 그 살해 현장을 아는 이는 더욱 드물었기에 나는 소년의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셜록은 그 말을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해 날뛰었다.
"왓슨, 정말 놀랍지 않나? 그렇게 찾았는데 찾지 못했던 증인과 증거가 이런 소년에게서 나오다니! 왓슨, 이제부터 이 소년은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될걸세. 뭐하나, 인사하지 않고! 자네의 그 패기에 감동했네. 자네 이름은 뭐지?"
그 소년은 자신의 목적을 이뤘다는 듯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띄며 답했다.
"해피 아르젠이라고 합니다, 셜록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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