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드림

신부 셜록 [해피셜록]

커다란 성당에서 단정한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기도하고 있었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은 가히 입을 다물 수가 없었고, 두 푸른 눈은 각각의 보석인 듯 반짝였다.
Sherlock Holmes.
단정한 검은 옷을 입고, 푸른 눈을 가진 그 성당의 신부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자신이 믿는 신께 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 끼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셜록은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캄캄한 밤에 성당의 문을 연 사람은,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소년이었다.
"무슨 일이지?"
셜록이 살짝 의아해하며 그에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아이는 뒷골목에서 자주 보던 아이였고, 이 깊은 밤에 성당을 찾아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Happy Areujen.
셜록은 자신의 비상한 머리를 가볍게 훑어 뒷골목 아이들이 그 아이를 부르던 이름을 기억해냈다.
해피는 나름 예의를 차리는 듯이 모자를 벗고 이마에 흐르던 땀을 닦으며 성당으로 들어섰다.
"아, 죄송해요. 쫓기고 있어서요. 잠시만 숨어있을게요."
숨어있어도 될까요? 도 아니고 숨어있을게요. 라니.
순둥하게 생긴 것과 참으로 맞지 않은 당당함이었다.
셜록은 비꼬는 의미로 속으로 박수를 보내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자비로운 신부인 듯 그러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을 할 즈음에 해피는 이미 셜록이 있는 곳까지 들어와있었지만 말이다.
"자네도 신을 믿나?"
셜록의 물음에 해피는 가소로운 듯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돈도 안 주는데 믿어서 뭐 해요? 배운 게 없어서 신부는 못 될 거고, 그럴바에는 밖에서 소매치기나 하는 게 낫죠. 뭐, 지금처럼 쫓길 때는 있지만."
셜록 자신이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잠깐의 대화가 이어졌고, 긴 침묵이 흘렀다.
고요의 소리가 적막을 채웠다.
"음, 전 이만 가볼게요. 감사했습니다."
어색한 침묵의 끝에서 해피는 말했다.
"잘 가고, 나중에 다시 봤으면 좋겠군."
해피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고, 셜록은 그에 웃었다.
기묘한 만남이었다.

'드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회 [해피셜록]  (0) 2020.04.25
첫 만남 [해피셜록]  (0) 2020.04.25
WEDDING IMPERIAL [해피셜록] 새벽님 (EDUAN_LOVE_) 글 커미션  (0) 2020.04.25
하루 [해피셜록]  (0) 2020.04.25
사이 [해피셜록]  (0) 2020.04.25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