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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그리움 [긴토요]

사랑하지는 않고 그립기는 한 사람.
미우면서도 보고 싶기는 한 사람.
내게 내 어머니가 그러했다.
검은색의 머리카락이나 어두운 눈동자 색이 어머니를 닮았다며 듣고 자란 나는 단 한 번도 어머니를 본 적이 없어 거울을 보고 상상하기만 할 뿐이었다.
이렇게 생겼겠지, 성격은 저렇겠지, 그렇게.
내게 어머니는 살아있기는 한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
이 두 개만이 내가 어머니에 대해 확신하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깊이 묻어두고 생각지도 않고 살다가 가끔씩 추억 속 상자를 열 듯 생각나면, 그리우면서도 찝찝해서 더 꽁꽁 잠가놓는 고물 같은 기억.
사는 내내 한 번도 날 보러 온 적이 없고 어떤 것 하나 주지 않고 떠나가 버린 어머니라는 사람은 20여 년이 흐른 어느 날에서야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다.
평소처럼 집에 오는 길에, 평소처럼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던 평소의 그날에.
어머니는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흑단처럼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살짝 내리깐 속눈썹에 동백꽃이 그려진 우산.
평생 듣기만 하던 그 설명을 가지고 어떻게 알아보겠냐고 코웃음을 쳤던 게 우습게도 나는 단번에 어머니를 알아볼 수 있었다.
밉고 밉지만 증오할 수는 없던.
말로만 전해 듣던 그 어머니.
나는 어머니를 잡지도 못하고, 그 얼굴을 제대로 다시 한 번 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떠나는 뒷모습만 바라봤다.
"... 안녕히."
몇 번이고 입을 달싹이다 간신히 뱉어낸 말이었다.
내가 뱉어낸 말을 분명 들었을 테지만 그조차 담기만 하고 뱉어내지 않았다.
나는 끝까지 사라져가는 뒷모습만 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가봤자, 있어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내가 화를 내든 간절히 부탁을 하든, 내게 잠시의 시간도 내주지 않고 떠나버릴 것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사람이란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처음이자 마지막인, 어머니와의 만남은 그걸로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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