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아나가 그렇게나 좋아하던 기사직을 쉬고 영지로 내려가 장기간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가 헤이즌의 귀에 들렸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으나 지나가다 마주친 폴리아나의 입으로 직접 이야기를 듣자 헤이즌은 그제야 이야기가 사실인 것을 알았다.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에 든 것은 의문이었다.
제가 알던 폴리아나는 큰 부상이라고 하더라도 쉬는 법이 없었다.
전장에서는 그럴 틈이야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는 직위를 하사받고 높은 직급을 가지게 된 후에도 쉬던 일이 없었다.
최근 부상을 당했더라고 해도, 그가?
의문을 뒤로하고 그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기는 했지만 그 의문은 헤이즌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어쩌면 그가 보고 싶다는 이유를 그런 의문으로 대체한 것일지도 몰랐다.
같은 직급은 아니더라도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기에 오며가며 인사를 나누면서 하루하루 지내왔는데, 기약없는 시간을 기다리기에는 그가 너무도 그리웠다.
그래, 헤이즌이 그답지 않게 충동적으로 휴가 신청을 낸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황제가 두 사람이나 자리를 비우면 어떡하냐고 말렸으나, 헤이즌은 잠깐의 침묵 끝에 전장에서 황제가 홧김에 했던 말을 꺼내 결국 황제의 허락을 받아냈다.
헤이즌 그가 꽤 높은 직급이기는 했으나 근위대장직만큼은 아니었고, 자신의 밑에 있는 부하가 믿을만한 사람이었기에 헤이즌은 폴리아나의 영지에 방문을 허락하는 답신을 받고 간소한 짐을 챙겨 길을 떠났다.
만약 폴리아나가 묵고 있는 별장에 도착해 폴리아나가 별장에 묵고있는 이유에 대해 알고 있었더라면 헤이즌은 결코 그렇게 서두르며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반 년만의 만남이라 애써 이렇게 하면 더 괜찮아 보일까, 이렇게 하면 봐줄만 할까 고심하며 꾸미고 갔던 결과는 폴리아나의 임신 소식이었다.
폴리아나가 부른 배를 보이며 머쓱하게 웃었다.
마주 앉아서 설레이는 마음을 억누르고 있던 헤이즌에게는 가히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아무것도 물을 수 없었다.
그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는 폴리아나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알 것 같았다.
폴리아나와 황제와의 외출을 알고 있었고, 시기상, 그리고 그 후의 분위기를 보았을 때 아마 자신의 예상이 맞을 테다.
그의 사랑이 종결부를 찍었다.
아니, 그의 사랑은 그가 죽는 날까지 영원할 테지만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아는 이상, 그의 사랑을 전하게 될 일은 없을 테다.
한없이 깊이 빠지는 자신의 기분과는 반대로 헤이즌은 언제나 그랬듯이 폴리아나의 행복만을 빌었다.
헤이즌이 사랑하는 폴리아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역시 경은 믿을만하다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해맑게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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