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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예외 [긴토요]

다른 모든 것들은 내게 어떠한 의미도 되지 못했다.
어린 시절 끔찍이도 괴로워했던 다른 이들을 죽이는 것은 어느새 내겐 자는 것보다 익숙한 일이었고 어릴 적 좋아했던 꽃들은 이제는 그저 발밑에 짓밟히고 뭉개질 뿐이었다.
익숙해지지 말아야 할 것에 익숙해지며 악착같이 지키려던 것들을 지키고 있다 생각했지만, 그저 전부 허상에 불과했다.
그 모든 것을 알게 되자 얼마나 큰 허무함이 밀려왔던가.
내게는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보낸 세월은 누군가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쓰인 시간이었을 뿐이다.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이 덧없이 느껴져 떠나려던 내게 무언가가 걸렸다.
내게 처음으로 호의를 베풀어준 긴토키, 네가.
날 얽매고 있는 그 끝에는 네가 서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내게 단 하나의 희망이었던.
모든 사실을 내게 안겨주고 떠나보내게 해주었던 네가.
너만은 내 곁에 두어야지.
너만은 허락해주어야지.
너만은, 너만은.
나도 깨닫지 못하는 새에 어느덧 너는 내게 가장 큰 예외가 되어있었다.
너로 인해 텅 빈 세상이 채워져 갔고, 너로 인해 나는 내 삶에 약간의 의미라도 부여할 수 있었다.
너를 사랑하는 지도 몰랐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널 사랑하고 있다면.
사랑이라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내게 단 하나의 예외, 단 하나의 기쁨, 단 하나의 의미.
나는 그저 네가 존재하고 웃길 바랐다.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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