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캄캄한 겨울밤에 핀 피보다 붉은 꽃처럼 아름다웠다.
그저 앞을 보며 어떠한 표정도 보이지 않는 그는 희미한 불꽃과도 같아 모두의 시선을 이끌어, 쉬이 잊을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투명하리만큼 하얀 피부에 그와 반대되는 까만 머리카락.
새빨간 동백꽃이 그려진 그 우산은 그의 상징이었다.
많은 이의 마음을 가지고 다른 이들에 의해 모든 것을 빼앗긴 그는 자유의 몸이 되어서도 결코 무엇 하나 즐길 수 없었다.
달궈진 사슬에 얽히고설켜 자신의 몸에 남은 화상 자국을 가려보아도 차마 식지 않는 화상은 속으로 타들어가 그를 좀먹고 있으니.
하지만 그조차, 아니, 그래서, 그 점이 더욱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스러져도 결코 죽지는 않는 그 가련한 아름다움은 아마도 모두가 그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겠지.
살이 애는 겨울을 나는 그는 자신이 천천히 얼어붙어 피를 흘리는지도 모르는 채 평생을 그렇게 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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