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을은, 자신이 사랑하는 그가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느끼는 마음이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 깊고도 깊은 사랑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를 향해 있었다면, 그는 언제나 그가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아, 너는 그 아이를...
길고도 깊은, 헤어나오지 못할 사랑이 시작된 것은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네 사랑을 안 순간 네가 그 아이와 이어질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그렇게 맹목적으로 사랑할 수 있지?
어느 누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응원해준단 말인가.
내가 너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도와준 것은 이렇게 해도 네가 그 아이에게 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는 확신에서 온 위선이며, 어쩌면 너를 닮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나는 그저 이루어지지 않을 너의 사랑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
이 모든 게 시작된 후 긴 시간이 흐르고.
그 아이는 네가 그리도 응원하던 사랑으로 결혼을 약속하고 너는 그 순간까지 그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박수를 쳐주었다.
둘이 남게 된 달이 아름답던 그 밤.
그러면, 나랑 결혼해줄래?
그러니 이런 말이 나온 것은 당연했기에 나는 당황스레 보는 네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널 사랑해. 네가 그 아이를 사랑하는 건 알아. 네가 날 사랑할 일 없다는 것도 알아. 그래도, ...널 사랑해.
비참하고 비참하지만 지독스럽게도 사랑스러운 말.
결국 내 반지를 받아 끼우는 사랑스러운 너는 나를 보며 웃었다.
미안해. ...사랑해...
이 질척이는 마음을 그저 사랑이라고 명단한 채 나는 반지를 낀 네 손에 살짝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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