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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필연의 만남 [해피셜록]

해피는 길을 가던 와중 시체를 보았다.
기괴하게 꺾이고 검붉은 피를 잔뜩 흘리며 죽어있는 시체였다.
어른이 봐도 그 잔인함에 치를 떨 것만 같았는데도 해피는 그것을 넘겼다.
앞에서는 보고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른 척.
하지만 뒤에서는 아무도 몰래 정보를 넘기는 것이 해피의 철학이었기 때문이다.
해피를 욕할 이는 없었다. 이 중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해피가 이런 것을 많이 보아 무던해진 탓도 있었다.
빅토리안 시대의 캄캄한 뒷골목에서는 시체들이 사흘에 한 번꼴로 나왔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 끔찍한 몰골을 한 시체는 드물었지만.
해피는 그런 의아함을 가지고 있음에도 원한이 깊었나 보네.라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이런 일에 하나하나 신경 쓰다가는 여기서 살아남지 못했다.
행여 조금이라도 깊게 들어갔다가는 반죽음 상태가 되어 기어 나오는 게 실정이었다.
시체 주변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나갔다.
속으로 욕지거리 한 번 뱉는 것을 잊지 않고.
해피는 지금 약속시간 내에 심부름을 해야 했기에 더욱더 다른 것에 신경을 기울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바삐 발을 놀리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누군가와 부딪혔다.
키가 6피트는 넘을 듯한 보기 드문 수려한 외모의 신사였다.
이런, 미안하네.
아뇨, 됐습니다. 앞으로 잘 보고 다니세요.
해피는 채 그 신사의 얼굴을 제대로 볼 틈도 없이 모자를 눌러 쓰고는 신사를 스쳐 지나갔다.
신사는 해피의 뒷모습을 잠시 보다가 커지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재빨리 고개를 돌려 발을 옮겼다.
어느새 사람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그를 보고 반가운 듯 말했다.
이거, 명탐정 셜록 홈즈님 아니십니까!
오랜만이군, 레스트레이드 경감.
해피와 셜록 홈즈는 금세 서로를 잊었다.
둘 중 아무도 알지 못하는 필연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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