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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필요하다면 [해피셜록]

총이 해피의 손에 들려있었다.
주위를 둘러싼 공기에서는 먼지 냄새가 났고 늘 흐르던 분위기와는 다른 분위기가 흘렀다.
차가운 총구가 셜록을 향했다.
셜록이 당황한 듯 말했다.
"...정말 쏠 텐가?"
"글쎄. 어떨 거 같은데?"
둘의 얼굴에서는 웃음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빛이 가라앉았다.
셜록은 무언가를 다짐한 듯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말했다.
"자네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셜록이 내뱉은 말은 당연하고도, 당연하지 않은 말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 나오기에는 정말이지 비겁한 말.
그 말에 해피는 약간의 비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맞아. 널 사랑하지. 근데, 네가 없어도 난 살 수 있어. 널 위하기 이전에 내가 더 소중하거든."
알고 있었다.
해피도, 먼저 비겁한 말을 꺼낸 셜록도 이미 알고 있는 말이었다.
"그래서 죽일 건가?"
"필요하다면."
해피는 으쓱이며 답했다.
해피는 자신이 아끼는 모든 것을 걸고 필요하다면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아니, 그 누구라도 필요하다면 죽일 수 있었다.
빛이 다시 떠오르고 셜록의 뒤에 있던 그림자가 움직였다.
순식간이었지만 해피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여느 군인 못지않은 속도로 총을 쏘았다.
"근데,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서. 좀 더 두고 보지 뭐."
해피는 얼굴을 살짝만 돌리고 웃으며 말했다.
맞은 그림자가 신음 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숨어있던 존이 나타나 그림자를 제압했다.
셜록은 살짝 황당하다는 듯, 그리고 알고 있었다는 듯 꽤나 여유롭게 셔츠에 묻은 먼지를 떨었다.
"그럴 줄 알았지."
"정말?"
"그래. 자네 거짓말을 할 때는 손을 쥐는 모양이 다르더군. 그리고 여기는 우리가 쫓고 있던 조직과 관련된 곳이지 않나. 나의 뛰어난 추리력으로 여기까지 닿는 데에는 전혀 어렵지 않았어. 빛이 땅을 비추고 가라앉은 먼지 속의 해피 자네와 내 친구 존이 애용하는 구두 발자국과 레스트레이드경이 자주 피우는 담뱃재. 숨어있다가 범인을 처리한다고 이미 말해주는 것이 아니었나."
어느새 셜록은 평소의 여유로움과 약간의 재수 없음을 되찾았다.
해피는 그런 셜록이 약간은 질리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총을 맞고 쓰러진 그림자는 이번 사건의 범인.
그 범인을 잡았으니 모든 것은 끝난 것이었다.
"어쨌든, 뭐... 미안. 작전이라고는 했지만 너무 심했어."
해피는 범인을 확인하고 멋쩍은 듯 셜록에게 다가가 말했다.
셜록은 자연스럽게 해피를 살포시 안으며 말했다.
"이걸로 봐주지."
"...정말로 재수가 없다니까."
먼지 쌓인 창고 속 다른 이들을 배제한 로맨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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