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푸른 하늘 부는 바람도, 웃음소리도, 전부가.
그중 하나가 포터인 것은, 나에게도 의외의 일이었다.
살아남은 아이, 해리 포터.
그 이름으로 어찌나 유명했던가.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이름을 노래했던가.
그 자, 볼드모트에게서 살아남은 포터는 코앞까지 다가온 죽음에서 또 한 번 살아남았다.
하나의 죽음을 대신 남기고.
분명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건만 왜 그리도 죄책감을 느끼는지.
갈 수 없는 분노는 포터에게 향했다가 금세 사라진다.
유명인사인 그 아이는 이제는 텅 비어버린 내 앞에 서서 죄책감 어린 눈으로 나를 보고, 떨리는 입술 사이로는 미안하다는 소리를 내뱉었다.
소중한 이의 죽음에 분노하고 슬퍼하기도 벅찬데 아무 죄 없는 포터의 죄책감은 나를 어떠한 감정에 휩싸이게 했다.
지긋지긋해.
네가 없는 세상은 즐거울 것 하나 없는 곳이다.
차가운 바람은 오래된 벽들 사이를 지나며 비명을 질러대고, 억척스럽게도 자라나는 풀들은 가시가 되어 살갗을 할퀸다.
세상은 죽음으로 뒤덮이고 어둠은 질척하게 얽혀온다.
네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모두에게 영웅으로 칭송받는 포터도, 이제는 명확한 나의 수적인 볼드모트도, 전부 다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나는 네가 무사하다면 대가로 이 세상을 바쳐도 좋으련만.
그런 바람이 우습다는 듯 이 끔찍한 세상은 찬란히 빛난다.
너는 이제 그 어디에도 없다.
너를 스치고 지나오는 바람은 닿기도 전에 흩어져 사라질 뿐이다.
내가 이 세상을 그다지 사랑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잖아.
오로지 너만을 아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너는 눈을 뜨지 않고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을 바라본다.
죽음을 향한 열망이 내 안에 깊숙이 자리했다.
그 자도, 그 아이도,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절망 속에 숨을 거두고 다시는 눈을 뜨지 않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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