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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드림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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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노여움 [포세트]

모든 것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푸른 하늘 부는 바람도, 웃음소리도, 전부가.
그중 하나가 포터인 것은, 나에게도 의외의 일이었다.
살아남은 아이, 해리 포터.
그 이름으로 어찌나 유명했던가.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이름을 노래했던가.
그 자, 볼드모트에게서 살아남은 포터는 코앞까지 다가온 죽음에서 또 한 번 살아남았다.
하나의 죽음을 대신 남기고.
분명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건만 왜 그리도 죄책감을 느끼는지.
갈 수 없는 분노는 포터에게 향했다가 금세 사라진다.
유명인사인 그 아이는 이제는 텅 비어버린 내 앞에 서서 죄책감 어린 눈으로 나를 보고, 떨리는 입술 사이로는 미안하다는 소리를 내뱉었다.
소중한 이의 죽음에 분노하고 슬퍼하기도 벅찬데 아무 죄 없는 포터의 죄책감은 나를 어떠한 감정에 휩싸이게 했다.
지긋지긋해.
네가 없는 세상은 즐거울 것 하나 없는 곳이다.
차가운 바람은 오래된 벽들 사이를 지나며 비명을 질러대고, 억척스럽게도 자라나는 풀들은 가시가 되어 살갗을 할퀸다.
세상은 죽음으로 뒤덮이고 어둠은 질척하게 얽혀온다.
네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모두에게 영웅으로 칭송받는 포터도, 이제는 명확한 나의 수적인 볼드모트도, 전부 다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나는 네가 무사하다면 대가로 이 세상을 바쳐도 좋으련만.
그런 바람이 우습다는 듯 이 끔찍한 세상은 찬란히 빛난다.
너는 이제 그 어디에도 없다.
너를 스치고 지나오는 바람은 닿기도 전에 흩어져 사라질 뿐이다.
내가 이 세상을 그다지 사랑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잖아.
오로지 너만을 아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너는 눈을 뜨지 않고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을 바라본다.
죽음을 향한 열망이 내 안에 깊숙이 자리했다.
그 자도, 그 아이도,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절망 속에 숨을 거두고 다시는 눈을 뜨지 않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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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재회 [청명우연]

너다.
다른 말 할 것도, 오해할 것도 없이 저 사람은 너였다.
푸른빛의 머리칼, 녹색의 눈동자.
생김새가 기억과 다르기는 해도, 틀림없이 너다.
너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내 심장이 끝도 없이 두근대며 너라고 외쳤다.
헷갈릴 수 없는 너를 향한 사랑이.
지나간 시간에 묻어둔 줄만 알았던 설렘이.
어찌할 새도 없이 깊은 못에 빠지듯이 나를 덮친다.
긴 시간이었다.
어쩌면 너는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함께 했던 기억을 전부 잃고서, 우리가 약속했던 노을이 지는 그곳에서, 계속.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너를 사랑했다.
어쩌면 목숨이 다해 모든 것이 자연으로 돌아갈 때까지도 너를 사랑할지 모른다.
나의 봄날, 나의 녹음.
앞으로도 영원할 나의 사랑이여.
매화는 화려하게 피었다가도 질 테지만, 너를 향한 사랑은 분명 그 모든 매화가 사라져버리는 날까지도 영원할 것이다.
언젠가의 네가 말했던 것처럼 우린 운명일지도 몰랐다.
기억이 없이도 우리는 이어져 만났을 것이고, 아주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사랑했을 것이다.
너를 만나고, 봄날의 푸르른 눈을 마주하고, 너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맞잡는 그 잊지 못할 만고불멸의 순간을 다시 한번 느낄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너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추며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싶었다.
네게 사랑한다고 듣고 싶었다.
멈추지 못할 폭풍이 나를 헤집었다.
나를 절망시키는 유일했던, 이제는 유이한 존재.
우연아, 나도 모르게 너의 이름을 부르고 너는 익숙한 그때처럼 나를 돌아본다.
너는 나의 사랑이고, 행복이며, 언제고 돌아갈 나의 안식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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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E.D. 드림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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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마지막 [청명우연]

노을보다 붉은 혈들이 이 세상을 뒤덮었던 때를 기억한다.
시체는 눈을 두는 곳 어디에나 산처럼 쌓여있었고, 시체들에게서 흘러나온 피는 강처럼 흘러 땅을 적셨다.
그런 광경들을 보고 있노라면, 죽음 뒤의 나락이 따로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죽음이 다가온다.
피할 수도 없을 만큼 아주 가까운 지척에서, 온몸을 집어삼키는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눈을 감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나락이 펼쳐져 그곳으로 끝없이 떨어질 것만 같다.
이 전쟁에 참여한 모두가 죽고, 결국에는 천마가 죽어도, 나는 살아남지 못하겠지.
그걸 깨달았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다름 아닌 너였다.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도,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눈을 감아도 이목구비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기억나는 너를.
너를 떠올렸다.
네가, 우리가 지킨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주길 바란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미 죽어버렸을지 모르는 네게 너무 늦은 말인지는 몰라도.
나를 잊어서라도 네가 행복하길 바랐다.
천마 따위 없는 이 세상에서 더는 바랄 것 없을 만큼 행복하길 바랐다.
나는 마지막 순간에 그저, 너의 행복만을 바랐다.
세상 따위는 어떻게 되어도 좋았으니.
나는 그저 우리가 함께한 화산에서, 화산의 모두와, 너와.
만개한 매화 사이에서 아주 오랜 시간 함께 하는 것을 꿈꿀 뿐이다.
붉다. 세상의 모든 것이 핏빛으로 물들어 너무도 붉었다.
언제고 매화는 지기 마련임에도, 크나큰 절망만이 느껴진다.
화산이여. 이제는 닿지 못할 이름을 불렀다.
매화검존이라 불리었던, 청명의 쓸쓸했던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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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회상 [청명우연]

청명은 아직도 가끔 매화나무 위에 드러누워 그 순간들을 즐기다 보면 이제는 오래전인 과거가 떠올랐다.
어서 내려오라며 호통을 치던 사형, 저 멀리서 들리는 사제들의 기합 소리, 바람이 불 때마다 코를 간질이는 매화 향기.
익숙한 얼굴의 사형제들과 산문에 위치하며 번쩍거리는 현판.
푸른 산속에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그곳.
그리고 네가 있던 그 화산.
그 모든 것들이 바로 엊그제의 일처럼 선명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곳은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없다.
화산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내가 그리고 사랑하던 그곳은 없다.
너와 함께하던 그때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화음의 장터도, 흐르는 계곡물도, 네가 그리도 좋아하던 화산의 매화도.
모든 것이 비슷하고도 다른 공간에서 너만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푸른 빛깔이 도는 머리칼, 녹음을 담은 눈동자.
청명하게 흐르는 물소리 사이에서 내던 너의 웃음소리와, 머리 장식을 들고서 어여쁘냐며 묻던 너의 눈웃음이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 손에 닿을 듯 분명하게 그려진다.
그립고 그리운 그때의 화산.
언제고 돌아가고 싶은 영원한 나의 추억.
화산을 붉게 물들이던, 언제나와 같은 해가 산등성이 너머로 모습을 감춘다.
해가 지는 곳(禺淵). 모든 것이 붉게 타오르며 종말을 예고하는 것 같은 그곳으로 가면, 그곳에 네가 있을까.
아름답고도 쓸쓸한 그곳에서 그 긴 시간을,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언제나 눈을 감으면 네가 떠오르고, 해가 지는 시간이면 네가 곁에 있는 것만 같다.
꽃은 언제나 지고 다시 피는 것이건만, 나는 아직 여기에 남아 자리한다.
그때의 우리는 모두 다 져버렸음에도.
네가 보고 싶다.
이 모든 것이 끝난다면 언제고 네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청명은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고서, 흘러가는 지금을 자각했다.
매화는 다시 피어난다.
고여있는 추억은 언제까지고 그리울 테지만, 흘러가는 지금은 미래로 이어질 것이기에.
거센 바람 앞에서 스러지지 않는 고목처럼, 언제까지고 그 빛이 바래지 않을 기약 없는 그날까지.
그날이 오면 먼 미래의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나 이어질 테니.
우리는 몇 번의 우연으로 맺어진 운명이라.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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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현재 [청명우연]

무언가 위화감이 든다. 평소와도 같은 일상일 뿐인데.
이 산이 이리도 원만하던가.
매화주에서는 이리도 단 향이 나던가.
너는, 이리도 푸르렀던가.
모든 것이 같은 일상에서, 모든 것이 전과 달리 더욱 아름답고, 그중에서 너는 더욱 낭랑하니.
아, 드디어 행복인가 보다.
깨어나고 싶지 않은 무엇보다 행복한 꿈.

청명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잠자리에서 눈을 떴다.
꿈이다. 방금까지의 행복이 모조리.
지독한 추위에 피어나지 못하는 매화처럼, 그립기만 한 과거의 행복에 단숨에 절망에 빠져버린다.
이제 제 곁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때의 아름답던 붉은 매화도, 무엇보다 소중한 그때의 화산도, 너도.
매화는 언제고 지는 것이 당연한데, 지지 않은 한 송이만 아직 이곳에 남아.
이제는 시간에 짓눌려 과거에만 존재할 뿐이다.
우리가 지키려 애썼던 세상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에게 남은 것은 영광 하나 없는 상처뿐이다.
나는 그날만큼 진노한 적 없다.
그 이후로 그만큼의 그리움 또한 느껴본 적 없다.
끝나지 않는 겨울만이 끝없이 이어진다.
빌어먹을 마교.
빌어먹을 세상.
빌어먹을 ...
... 그럼에도 세상은 더없이 아름답다.
이 화산의 전부가, 서로를 아끼는 사형제들이.
그저 아름답고 행복했었던 추억에만 잠겨있고 싶어도, 시간은 흘러간다.
결국 겨울은 지나가고 매화는 긴 인고 끝에 다시 화려하게 개화할 테니.
그날 우리가 지켰던 세계를, 그때의 아름답던 화산을 미래에도 전해주고 싶기에.
너무도 행복하여 이제는 괴로운 악몽이 된 그날들을 짊어지고, 나는.
아직은 어스름한 새벽하늘에 해가 떠오른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미래에도 그러할 태양이.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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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해피셜록] 고구마 장수님 (take_my_hand_44) 글 커미션


https://youtu.be/_GV8YmuIL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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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주 프로필

우연 설정 / 화산귀환 청명 부부>썸 드림


이름: (선 宣) 우연 禺淵


성별: 여


커플링명: 청명우연


나이: 청명이와 동갑>환생 후 1살 적음


생일: 8월 2일


키: 167cm


문파: 화산


머리카락 색: 남색


눈동자 색: 녹색


헤어스타일: 오른쪽을 살짝 넘긴 앞머리, 반묶음 머리를 한 생머리. 오른쪽에만 내린 옆머리.


성격: 다정하고 착하다. 차분한 성격이나 약간 엉뚱한 구석이 있다.


액세서리: 귀걸이


드림주가 드림캐를 부르는 호칭: 청명아
드림캐가 드림주를 부르는 호칭: 우연아


특이사항: 기억없이 환생함


이야기
200년 전, 화산파에서 자라고 수련을 하다 청명이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곧 결혼한다.
그러다 마신과 십만대산에서 싸우게 됐을 때 잠시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떠보니 화산의 화산검존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당시 우연은 임신한 상태였고, 화산을 다시 일으키려하지만 아이를 낳고 화산으로 쳐들어온 마교로 인해 청명이 죽고 1년 후 사망한다.
그리고 100년 후 전생의 기억을 잃은 채 환생한다.
나름 실력자이신 아버지 밑에서 무술을 배우며 행복하게 자랐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여전히 그 집을 지키다 청명과 마주치게 된다.
기억은 없지만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고, 청명의 권유와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보고 화산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나름의 미인, 실력자.

의술에도 재능이 있어 구화산에서 의약당주가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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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우이누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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