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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지옥 [해피셜록]

함박눈이 며칠이고 내리며 이례적으로 추웠던 그 겨울날.
해피는 얇은 천만을 두르고 길거리에 앉아있었다.
이제 온몸에 어떠한 감각도 존재하지 않았고, 몸을 녹일 따뜻한 집도, 주린 배를 채울 밥도, 서로에게 기댈 가족도 없다.
하지만 이것들도 뒷골목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흔하디흔한 사연들이다.
찬 기운에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져오고 작은 빛조차 들지 않는 골목길의 옆을 오가는 사람들은 제게 눈짓도 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리고 힘없고 돈 없는 저희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
어제는 멀지 않은 곳에서 제 또래이던 아이가, 그저께는 저보다 한둘 어린아이가 죽었다고 들었다.
또 전에는 누가 죽었었더라...
추운 겨울날이 되면 죽어가는 소식들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럼 사람들은 그 길을 지나치고 지나치다 결국 험한 욕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시체를 이고 가고는 했다.
시체들을 실은 수레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몰라도, 결코 좋은 곳이 아니리라고 해피는 알 수 있었다.
해피는 겨울이 끔찍이도 싫었다.
굶주린 배를 달래줄 풀 한 포기 하나 나지 않고, 온 세상이 미치도록 새하얗고, 뼛속까지 시려오는 이 추위가, 너무나도 끔찍했다.
오랜 기간 굶주리고 그보다 오랜 기간 추위에 떨어온 힘없는 몸이 세차게도 불어오는 바람에 옆으로 쓰러지고,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며 눈이 감겨온다.
이 아픔이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다.
해피는 혹독한 이 겨울을 혼자 나며 죽음을 흔하게도 접했고, 그 죽음이 이제는 제게도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교회에서 종이 울린다.
신이 있다면.
주님, 제발.
해피는 평생 신이라고는 믿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간절히 빌었다.
... 제게 죽음이란 자비를 내려주소서.
제게 내일이란 지옥을 거두어주소서.
해피는 정신을 잃는 그 순간까지도 간절히 죽음을 바라며, 몇 번이고 제발, 주님, 제발, 하고 중얼거리다 눈을 감았다.
.
다음날, 해피는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손길에 눈을 떴다.
검은색의 옷을 입고 아이야. 하며 중얼거리던 다정한 얼굴의 남자.
다른 곳은 허름해도 가지고 다니는 십자가만은 깨끗하게 관리를 한 것이, 누가 보아도 교회의 신부임을 알 수 있었다.
제가 간신히 눈을 뜨자 오, 주님. 감사합니다. 하며 반색을 드러내는 신부의 얼굴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해피는 여전히 어젯밤 쓰러질 때 눈에 얼굴을 반쯤 묻힌 그 채로 차가운 고통을 느끼며, 그제서야 생각했다.
이 세상에 신 같은 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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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사랑 [카무토요]

사랑인가?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카무이는 제 앞에서 첫사랑이라도 하는 거냐는 단원의 말에 그런 의문을 지었다.
그에게 눈길이 간 것은 맞다.
제 어머니와 닮은 얼굴로, 삶에 아무 의욕도 없는 눈으로 살아가는 그의 태도가,
그리고 그 속에 보여지는 희미한 그리움과 후회와 열망이 눈길을 끌며 흥미를 이끈 것은 분명 제 안의 막지 못할 욕망 때문일 것이다.
그의 목을 손에 움켜쥐어도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고, 그에게서 풍기는 묘연한 동백꽃 향이 제 코를 간질였다.
어느 순간부터 절망만이 가득 차있는 것만 같은 그를, 제 손안에 두고 절망하며 슬퍼하는 걸 보고 싶었다.
이 감정이, 이 욕망이 분명 사랑은 아닐 것이다.
그의 절망만을 가지고 싶었다.
그에게 제 곁을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게 가둔 채 온갖 진귀한 비단과 보석들을 쥐여주고서 제 아이를 가지게 하고, 그리고, ...
제가 어떻게 하여도 그의 웃는 얼굴만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그의 모든 감정을 제가 가지고 싶었다.
그가 제 곁에서 절망하고 제 곁에서 모든 생을 함께 하며 끝을 보냈으면 했다.
그러니 이 감정은 분명, 사랑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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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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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영원 [센난]

너는 지었다.
영원히 늙지 않고 이 모습으로 살아갈 나를 두고 너의 목숨은 겨울이 온 것처럼 져버렸다.
내가 기억하는 이들은 내가 기억하던 시절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후였고 유일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던 너는 이제는 없으니, 나는 이 모습으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신원도 불확실한 8살 모습의, 약간 똑똑할 뿐인 아이로 살아가기에는 세상은 그만큼 녹록지 않다.
네버랜드에 갇혀버린 아이들처럼 나의 시계는 움직이지 않고, 너는 세상에 섞여들어 너의 삶을 살아간다.
나는 여기 그대로인데, 너는 이제 네 삶에 나만 존재했던 그때와는 다르다.
이제 내겐 너밖에 존재하지 않고, 네겐 나를 제외한 것들이 차고 넘친다.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를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고 나는 너를 사랑했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에 석양처럼 붉은 눈을 가진 너는 해가 지듯 눈을 감고 다시는 뜨지 않는다.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너는 죽을 때까지 나를 사랑했다는 점일까.
정착하지 않고 옮겨만 다니던 우리는 너의 생이 다할 때가 되어서야 일본으로 돌아왔다.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너는 죽었고, 나는 나의 처지를 아는 이에게 또다시 나의 생을 맡겨야 했다.
나는 죽기 직전까지 이런 삶을 연맹해야겠지.
영원의 삶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가볍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말이 이렇게나 쉽게도 사라졌다.
어쩌면, 어쩌면 나는 너를 잃고도 한동안은 너를 사랑할 것이다.
머나먼 미래에 너와 같은 사람이, 혹은 너에 대한 것이 점점 희미해질 때쯤에는 너를 사랑하지 않겠지.
그래도 너는 내 생에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영원히 내 안에 남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하고 불확실한 영원한 미래에 벌써부터 네가 그리워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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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자각 [해피셜록]

사랑을 자각한 그 순간은 마치 오지를 헤매던 끝에 길을 찾은 것처럼, 캄캄한 어둠이 가느다란 한줄기 빛만을 비추는 것처럼.
꽃송이가 피어나고, 생의 끝에 눈을 감을 때처럼.
기적적이면서도 절망적인 순간이었노라고 해피는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저 재수가 없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이가 상상치도 못했던 놀라운 추리를 선보이는 것이 반복되고서, 다급하게 애타는 듯 자신을 구해주자 마음이 동하게 되는 것은 영 이상하지 않을 일이였을 터다.
그게 해피 자신만 아니었더라면 해피는 놀라운 사랑 이야기라며 기꺼이 박수를 쳐줄 수도 있었다.
다시 말하듯, 그게 자신만 아니었더라면.
부모도 없고, 변변찮은 교육조차 받은 적 없다.
돈도, 지식도, 명예도, 하물며 눈앞의 빼어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견줄만큼 아름답지도 않았다.
이런 자신을 대체 누가 사랑해주겠나.
평소에는 그런 것따위 신경쓰지도 않던 해피였지만, 사랑에 빠지자 속 안에 감춰두었던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드러났다.
제 마음을 동하게 만든 이의 얼굴은 남말할 것 없었고, 중산층의 자녀로 태어나 웬만큼 좋은 교육은 전부 섭렵하며 곱게 자란티가 몸에 베어있었다.
거기다 머리까지 뛰어나 그 괴짜같은 성격만 아니라면, 웬만한 아가씨들의 마음을 얻는 것도 쉬울 것이고 그런 이가 자신과 사랑에 빠지기는 무척이나 어려우리란 것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해피라도, 아니 뒷골목의 다섯살 난 아이라도 뻔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해피는 자신의 마음을 부정했다.
아니, 부정하려했다.
위에 말했던 것처럼 그런 매력을 가진 이가 자신을 보며 편안한 듯 미소 지으며 웃자, 해피는 더 이상 부정하지도 못하게 그에게 이미 빠져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젠장, 젠장, **!!
분하고도 기적적이고, 절망적이면서도 행복한 감정이 뒤엉켜 해피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면 뭔가, 약간이라도 기분이 풀리는 듯했으니까.
자신의 말에 답하지도 않고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푹 숙이며 무언가 잘못됐다는 듯 굴고 있으니, 걱정되는 것이 당연한 셜록이 괜찮냐며 눈높이를 맞추며 묻지만 않았어도 해피는 한나절 동안이나 그러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 인정하겠다.
분하고, 인정하기 싫고, 이 사랑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지만.
해피 자신은 눈앞의 이 훌륭한 신사 탐정인 셜록 홈즈를 아주 미치게도 사랑했다.
그러니까, 해피가 자신의 사랑을 자각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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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그 밤 [긴토요]

우리의 첫키스 때는 술냄새와 함께 독한 알코올 맛이 맴돌았다.
너는 다급했고, 나는 침착했으며 그 어두운 밤의 길목 저편에서는 웃음 소리가 들려왔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의 두번째 키스는 처음과는 달리 부드러웠고, 달콤한 맛이 느껴졌다.
분명 네가 입에 달고 살던 단 것들 중 하나 때문이겠지.
이런 것들에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지만, 왜인지 몰라도 너와 함께한 것에는 의미를 두게 된다.
네가 했던 말들, 했던 표정, 함께 했던 그 수많은 날들에서 너의 모든 것들이 익숙한 듯 그려진다.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다른 이와 입을 맞추고 밤을 보내도 네가 눈 앞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너는 나에게 대체 무엇이었나.
암흑이 짙게 깔린 이 일상 속에서 과거의 너만이 밝게 빛나고 있다.
내 마음은 아직 너와 함께 그 밤의 거리에서 너와 입을 맞춘다.
이제는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 모든 것들은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묻혔다.
너와 나는 이제 서로 곁에 서로가 없는 채 살아갈 것이다.
이 허무함을 느낄 수 없게, 그 밤을, 그 거리를, 그 불빛과 웃음 소리들을, 죄다 무너트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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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동지 [나루토 드림]

그날은 평소와 같았던 날이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침대 위에서 눈을 뜨자마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어른들은 나를 보고 수군거렸으며.
항상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은 폭력을 휘두르며 나를 괴롭혔다.
이 모든 끔찍한 날들은 특별히 더 괴로울 것 없는 평소와 같은 날들이었다.
맞으며 살이 터졌는지 입안에서는 피맛이 느껴졌고, 어디 하나 성한 곳 없이 흙과 먼지투성이인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선과 욕설들이 따라붙는다.
이제는 지나치도록 익숙한 욕설들을 들으며 광장을 지나칠 무렵, 한구석에 늘 보던 익숙한 그 아이가 앉아있었다.
금빛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몸 안에 마을을 덮친 요괴가 봉인된 채 저와 같은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
부모도 없고, 마을 사람들에게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박해받는.
나와 같은 그 아이, 우즈마키 나루토.
나루토는 내 시선을 금방 눈치채고서 나를 보았고, 상처투성이의 두 아이들은 공중에서 시선을 나누었다.
오늘은 분명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그것은 아마 그 아이도 마찬가지였을 테지.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는 절망 속에 지쳐있었다.
나는 나루토에게 손을 내밀었고 나루토는 그 손을 잡았다.
마을 모두의 원망을 받는 두 아이는 그 길로 그렇게 떠나버렸다.
우리의 미래가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을지도, 내일의 미래조차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괴롭지 않을 것이다.
그거면 되었다고 우리는 처음으로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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